(사진) 남중국해와 필리핀 팔라완 섬
남중국해와 인접한 필리핀 섬인 팔라완이 역사적으로 중국 땅이었다는 주장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퍼지자 필리핀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틱톡 중국 버전인 더우인과 씨는 중국판 인스타그램 격인 샤오훙수(小紅書)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 지난 1월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들 게시물은 팔라완이 1400년대 ‘정화의 대원정’을 이끈 중국 명나라 환관이자 탐험가인 정화(鄭和·1371∼1434년)의 이름을 따 ‘정허다오’(鄭和島·정화섬)로 명명된 중국 땅이었다고 주장한다. 정화가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팔라완을 보급 기지로 삼아 섬을 개발했고 당시 섬을 중국이 관할했기 때문에 다시 돌려받아야한다는 주장이다.
한 더우인 이용자는 “역사적으로 팔라완은 중국에 속한다”며 “우리가 (팔라완을) 잃은 이유는 우리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영상은 1만4000개 가까운 ‘좋아요’를 받았다.
중국 정부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영토에서 1500㎞ 이상 떨어져 있는 팔라완은 중국이 그간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제시해온 U자 형태의 9개 선(구단선) 안 영역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필리핀 정부 “근거 없는 주장…정보전 시도”
이러한 주장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자 최근 필리핀국가역사위원회(NHCP)는 성명을 내고 “고고학적 자료에 따르면 5만 년 전부터 사람이 지속적으로 거주해온 팔라완에 중국인 인구가 영구적으로 정착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포르투갈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1480∼1521년)의 세계 일주에 참여한 안토니오 피가페타(1491∼1531년)의 1521년도 기록에도 중국인의 팔라완 정착 기록은 없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해군 대변인인 로이 빈센트 트리니다드 준장도 전날 기자들에게 중국의 팔라완 영유 주장은 “완전히 터무니없다”면서 “필리핀의 일부가 다른 나라의 주권 영토에 포함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 허위 주장이 정보전의 일부라면서 “소셜미디어와 표현의 자유가 정부에 의해 규제되는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아노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런 주장이 중국 정부나 중국 주류 언론 매체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아울러 “디지털 허위 정보와 정보전 전술을 통해 퍼진 이런 거짓 서사는 필리핀의 주권을 훼손하고 필리핀과 중국 모두에서 대중의 인식을 조작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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